'빨리빨리' 문화

 

한국의 문화나 한국인의 속성을 언급할 때에 단골로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소위 '빨리빨리' 문화입니다.

 

'빨리빨리' 문화가 언급될 때에는 대부분 그 장점보다는 폐단이 부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빨리빨리' 문화로 인한 폐단의 결과물들은, 속도만을 강조하다 보니 ‘기본에 충실할 수 없는’ 개연성이 높아짐에 따르는 것들 입니다.

 

특히나, 개발 및 건설 분야에서 이러한 폐단이 대형 참사로 이어진 사례가 많은데, 그 대표적인 사례로는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 붕괴를 들 수가 있지요. 이들 대형사고를 야기했던 부실시공의 원인이 '빨리빨리' 하나만은 아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이었던 건 사실입니다.

 

세계적인 망신을 당했던 황우석 교수 논문 조작사건도, AP통신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등 해외 언론들은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한 보도들은 내놓은 바가 있습니다.

 

안 좋은 결과들이 드러났기에 '빨리빨리'의 폐단이 부각되었지만, '빨리빨리'가 무조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원칙을 지키지 않는 '빨리빨리'가 좋지 않은 것입니다.

 

 

 

 

재개발의 '빨리빨리'

 

이러한 '빨리빨리'의 폐단은 재개발 사업장들에서도 자주 발생했던 바가 있습니다. 특히나 '관리처분' 단계에서 커다란 갈등이 발생했던 사례가 많았는데, 그 사연들은 대개는 아래에 설명하는 경우들과 유사합니다.

 

재개발에서 사업의 속도는 사업성과를 크게 좌지우지 하는 중요 요인 중의 하나입니다. 사업속도가 비용의 크기와 비례하기 때문입니다.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재개발의  모든 사업 단계에서  진행속도가 똑같은 비중으로 중요한 것은 아닌데도, 그저 막연히 이렇게만 알고, 대부분의 조합에서,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권리가액과 추가분담금'이 결정되기 전 까지는 '조합집행부'에 대해 매우 우호적이며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서면동의로 처리합니다.

 

사업진행에 대해서는 '조합집행부'에 온전히 맡겨둔 채, '빨리빨리' 진행되기만을 바랄 뿐으로 오로지 새 아파트를 분양 받아 입주하는 희망에 부풀어, 관리처분 이전 단계까지의 사업진행과 조합의 운영에는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무관심'으로 일관합니다.

 

그러다가 막상, '권리가액과 추가분담금'이 공개되면….

 

분노합니다 ^^

배신감에 치를 떱니다.

때론 이성을 잃기도 합니다.

일부 조합원들과 조합집행부가 적이 되어 전쟁을 벌입니다.

 

이제부터가 정작 사업의 속도가 비용과 직결되는 단계인 것인데, 그 전까지는 방임하다가, 정작 중요한 단계에 이르러서는 조합원들 스스로가 사업의 발목을 잡아버리는 웃지 못할 행태가 예전의 많은 재개발 사업장에서 반복되어 왔던 것 입니다.

 

재개발 사업에서 조합원들의 무관심한 '빨리빨리'가 관리처분 시기에 갈등을 유발시키는 것은, 오랜 기간 이어진 조합원들의 무관심을 '조합집행부'가 무조건적인 신뢰로 오인하여 독선적인 노선으로 흐를 위험의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대치보다는 낮을 수 밖에 없는 감정평가 결과가 조합원들의 분노를 유발시키는 주 요인이기는 하지만, 정상적인 조합집행부라면 비교적 원만하게 갈등을 봉합할 수도 있는 것을, 독선적으로 길들여진 조합집행부는 일시적으로 성난 조합원들의 감정을 더 자극하기 일쑤입니다. ^^

 

실제로 이렇게 된 결과가 수많은 재개발 구역에서 갈등으로 나타난 것 이구요.

 

 

 

 

한남3구역은...

 

다행히도 한남3구역에서는, 최근에 있었던 몇 차례의 법률 개정에 따라, 과거의 이러한 갈등 유발 요인들 중 몇 가지가 사라진 상태에서 관리처분 단계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시공사 선정 시기가 사업시행인가 후로 바뀐 것도 그러한 혜택 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왜 그런지는 시공사 선정 관련 글에서 상세히 밝히겠습니다.)

 

한남3구역 또한 지금에 이르기까지, 결코 빠른 결과를 얻어냈다고 할 수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조합원들의 무관심한 '빨리빨리'가 없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2003년 2차 뉴타운 지정 이후 사업시행인가까지 무려 16년, 지겨웠던 기다림과 빠른 완성을 바라는 심정은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러나 그 지긋지긋했던 행정당국의 발목 잡기는 이제 대부분 그 빌미가 사라졌습니다. 이제 공은 조합으로 넘어와 있습니다.

 

 

 

 

 

 

 

 

이제부터 한남3구역은 질풍노도와 같이...

 

이제는 진정으로 사업의 속도가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단계에 직면해 있습니다.

 

시공사를 선정하고 나면 곧바로 관리처분 절차에 돌입할 터인데, 청산대상자에 대한 청산금과 이주비의 지급이 시작되면 막대한 금융비용이 발생하게 되어, 사업의 속도가 금쪽보다 더 귀한 시기가 됩니다.

 

사실, 지금까지의 과정은 사업의 속도가 절박하리만큼 중요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너무 오래 걸리다 보니 그저 지겨웠을 뿐…

 

그러나 이제부터는….

 

하나씩 하나씩 절차를 밟아나갈 때 마다, 점점 더 속도가 중요해 집니다.

 

시공사 선정 이후부터는, 착공까지, 그야말로 '전력질주'하여, 최고 속도로 달려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빨리빨리'의 폐단으로 인해 달려가다가 멈추거나 원점으로 돌아오지 않기 위해서는, 더 이상 무관심하게 원칙 없는 '빨리빨리'를 되풀이해서도 안 됩니다.

 

원칙 있는 '빨리빨리'가 되어야 합니다.

 

정확하게 절차를 지켜서 시비거리를 원천 차단하고, 갈등요인을 최대한 줄이면서, 지금까지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눈부신 속도로 달려나가야 합니다.

 

이렇듯, 정확하고 빠르게 달려나가기 위해서는 조합원들과 조합집행부 모두의 이해와 관심이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정상적인 조합운영, 진실되고 성의있는 조합집행부의 태도, 관리처분 절차에 대한 조합원들의 올바른 이해, 조합의 운영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

 

설령 다소 억울한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되더라도, 정상적인 조합의 운영 속에 빠른 속도로 사업의 막바지 절차에 박차를 가한다면 억울함은 만회되고도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