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7.8.7일에 작성된 글 입니다.
8.2 대책의 효과가 직접적으로 먹히든지 안 먹히든지 간에, 당분간은, 서울 지역 부동산시장만큼은 확실하게 하향 안정세로 바뀌어갈 듯 합니다.
현재까지의 대책이 먹히지 않더라도, 분양가상한제와 보유세 인상, 임대사업자 등록 의무화 등의 카드가 남아 있으니까요.
사실, 시장의 양상이 다소 지나친 점이 없지 않았습니다.
일부 지역과 상품에는 이미 거품이 끼어 있지 않나 생각될 정도로, 지나치게 과열되었던 양상이 멈추지를 않고 마치 2006년 가을에 있었던 것 처럼 묻지마식의 상승세로 번지기라도 할 것 같은 분위기였으니까요.
정상적인 활황과 상승은 상승과 숨고르기를 반복하며 이어지는 것인데, 최근 몇 개월간은 줄곧, 상승, 상승, 상승…. 오로지 상승일변도로 이어지는 가운데 거래량은 줄어드는 양상으로, 시장도 은근히 누군가 말려주길 바라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때마침 시기적으로는 적절하게 나온 대책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요.
그런데, 대책에 담긴 내용들이 상상 외로 경약스러운 것 들이라서, 대책에 대한 단순한 당장의 파급효과가 문제가 아니라,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의 정확한 기조가 무엇인지, 그에 따른 보다 긴 사이클의 부동산시장 흐름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따져 보느라 머릿 속이 복잡했습니다.
시장이 이미 상승에 지쳐있던 상황이라 금융규제의 추가 강화와 청약제도 정비 등과 같은 몇 가지 단순하고 강력한 규제만을 도입하였어도 상승흐름이 멈출만한 단계였는데, 82대책은 이전 참여정부 시절의 모든 대책을 한꺼번에 동시다발로 쏟아 부은데다가 몇 가지 새로운 규제를 더한 역대 최고의 규제 종합세트로서 출현하였습니다.
수많은 규제들 중에서도 정말로 막강한 규제들은…..
재건축조합원지위양도금지, 정비사업분양 재당첨 제한, 양도세 주거요건, 금융규제, 자금조달계획 같은 것 들입니다.
하나 하나가 모두 막강한 거래규제들인데, 이들이 한꺼번에 쏟아졌으니….
그런데 정작, 진짜로 무서운 놈은 아직 대기중입니다.
분양가 상한제
사실 이거 한 방이면 다른 모든 규제들이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평당 4천, 평당5천만 짜리 아파트가 애당초 출현할 수가 없었을 테니까요. 사업성의 악화로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들이 지연될 것이고 투자도 당연히 줄어들 것이고….
분양가 상한제의 가장 큰 문제는 주택의 품질 저하로 구매욕구가 일어나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2012년을 전후로 한 침체기의 주범은 다름아닌 이 '분양가상한제' 였습니다.
몇 가지 대책들은 입법결과를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82대책은 '주택가격을 잡겠다'는 목적만큼은 충분히 달성하리라 보여집니다. 야당의 반대로 입법이 지연되어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그 화살은 고스란히 반대하는 쪽으로 몰릴 것이므로 강하게 반대할 수 도 없을 것이며, 무엇보다도…
과거 참여정부가 실패했던 두 가지 오류를 모두 해결한 대책이니까요.
하나는 다들 아다시피 찔끔찔끔 정책으로 시장의 내성을 키워감으로써 실패했던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모든 규제를 집중해서 쏟아내었다는 것 이구요…
또 다른 하나는 빠져나갈 구멍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실패했던 큰 이유 중 하나는 지역균형발전을 이유로 수도이전(행정신도시로 바뀜)을 비롯하여 기업도시니 혁신도시니 하는 대형 개발사업들이 지방 곳곳에 대량으로 계획되었다는 것 이었습니다. 때마침 판교신도시와 운정신도시 등의 대형 보상금들이 흘러 들어갈 좋은 타켓들을 마련해 놓고 강남지역의 재건축을 타켓으로 하는 규제책을 내어 놓으니 뭉칫돈들이 지방의 토지시장으로 흘러들어가면서 토지광풍을 일으켰지요.
그렇게 규모가 커진 자금들은 이내 곧 지방에 비해 저평가된 서울지역의 토지와 주택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구요….
지금은 그 당시와 같은 자금의 탈출구가 없습니다.
벌써부터 부산이나 대전 등 규제에서 빠진 지역에 대한 풍선효과가 언급되는 모양입니다만, 이렇듯 약한 풍선효과나마 일어날 수 있는 광역대도시도 그리 많지는 않지만, 곧바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 버리면 간단한 일입니다.
이렇듯, 82대책에 의한 당장의 효과는 곧바로 나타나게 되겠지만, 참여정부의 정책들과는 그 사용방법과 환경이 다소 다를 뿐, 반시장적 규제라고 하는 정책이 내포하고 있는 본질에는 변함이 없어, 그 효과가 강력한 만큼 그 폐단 또한 막강하여 수 년 뒤의 부동산시장에는 또 다른 비정상적인 커다란 파동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은 너무 많이 나갔습니다.
경제적인 신분 상승을 꿈꾸며 열심히 달려와서 간신히 소기의 목적 달성이 목전에 있었던 수많은 예비 중산층들의 노력이 일거에 물거품이 될만한 악재입니다.
IMF 이 후, 우리네 부동산시장은 수십년 간의 긴 주기동안 급등과 침체를 반복하고 있는데, 여기서 야기되는 가장 큰 문제는, 급등기 이 후의 침체가 길어질 때 마다 썰물에 모래쓸려 가듯이 중산층들이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며 그 층이 얇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부유층과 서민층의 경제력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지게 되구요…..
부동산시장에서도 이와 동일하게, 부촌으로 일컬어지는 지역과 다른 지역들 간의 토지가격과 주택가격의 격차가 점점 더 크게 벌어져 가고 있습니다.
사회상의 변화에 따라 이 격차는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지만, 냉온탕 정책이 그 격차를 더욱 크게 벌려가고 있는 것입니다.
다소 부족함이 있더라도, 보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적인 문제해결 방안을 강구하면서, 지금 당장의 고통을 일부는 감수해 가면서 서서히 변화해 갈 수 있는, 그런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언제나 보게 될런지…
지난 619대책은 그러한 듯 보이긴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에 내 보였던 시장친화적 제스쳐를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한 순간에 뒤집어버린 82대책이, 과연 현 정부의 본성에 의한 정책인지, 아니면 정상적인 방향으로의 회귀를 위한 일시적인 고육책인지를 알 수가 없어서 혼란스럽습니다.
입법과정을 지켜보면 알 일 이지만, 82대책에 담긴 인식과 대책의 내용들이 현 정부의 정책방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또 다시 향후 10년간 과거의 경험을 반복하게 될 수 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은 고급주택가격을 더 올리게 될 것이고, 재건축 재개발에 대한 압박은 서울 지역의 주택공급이 줄어들게 만들고, 분양가상한제는 주택의 품질을 떨어뜨려 주택구입 대신 전세를 선호하는 풍조를 만들어 전세가를 한 차례 더 밀어 올릴 것 이구요…
경기회복을 빌미로 또 다시 분양권전매 허용, 규제 철폐 및 금융규제를 완화하면, 억눌렸던 구매 수요와 높아진 전세가는 새로운 신고가 사례들을 양산해 내면서 폭등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러한 정책기조를 계속 유지하며 참여정부 시절처럼 고집을 부린다면, 규제를 완화하지 않더래도 현 정부의 임기말 이전에는 급등 양상이 최소한 한 번 쯤은 올 것 같습니다.
지난 수년간 시중에 풀린 어마어마한 돈 들이 아직 갈 곳을 못 찾고 있거든요. 부동산이 아닌 다른 어디로든가 갔다가 몸집을 불린 다음에 다시 부동산으로 돌아오든, 아니면 갈 곳을 못 찾아 헤매다 결국 부동산으로 다시 몰려들던 간에, 규제가 풀리지 않아도 비정상적인 급등장세가 한 번 정도는 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되는 요인들….
넘쳐나는 부동자금의 출구, 전세가 억제 방안, 고품질 주택에 대한 수요에의 공급 방안, 늘어나는 멸실주택과 빈집들에 대한 대책들이 전무한 채 오로지 거래만을 틀어 막아 집값 상승을 억제하고자 하는 82대책과, 원인이 되는 요인들의 힘겨루기가 어느 시기에 어떤 방향으로 터져 나갈지 알 수가 없습니다.
중요한 법안들의 입법결과가 나올 때 까지 거래는 극도로 침체되고 장기간 눈치보기 행보가 이어질 듯 합니다.
이미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가 적용되어 사업시행인가까지 거래 시한이 임박한 반포 주공1단지 일부 주구들에서 급매물이 나온다는 소식은 입법과는 무관하여 벌어지는 일입니다.
장기간의 눈치보기 대기 끝에, 대책에 예고된 그대로 입법들이 되어 82대책의 모든 내용들이 시행된다면 시장은 급격히 위축될 것이며, 그에 대한 부작용과 역풍도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터져 나오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913 부동산대책 시리즈1. 간략한 고찰
